내가 원래 좀 조브밥 이라서 인터넷 구매같은걸 잘 안했었단 말입니다. 한 2-3년전만 해도 '이렇게 주문해서 안오면 어떻게 해' 따위의 촌스러운 생각을 가진, 구세대에 홀로 남겨진 사내였던 것이죠. 하지만 천천히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바로 싸다는 것 때문입니다. 사실 싸지 않았으면 이용하지 않았을 거예요. 주로 구매하는게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없거나, 오프라인보다 꽤나 싼 물품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오프라인보다 비싼 온라인 물품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 최근 제 소비 내역은 80%가 온라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ebay를 필두로 해외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시작은 아이폰 부품이었어요. 저는 국내에 아이폰 부품을 안파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옥션 등 아주 많은 곳에서 팔더군요...비싸긴 하지만. 여하튼 오디오 짹이라 불리는 내부 부품과 배터리를 사서 지금 교체 후 고장없이 잘 쓰고 있는데 무진장 느린 배송(물론 무료배송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외에는 만족할 만 했습니다. 일단 싸고요, 저는 원래 세월아 네월아 하는 성격이라 안오면 안오나 보다 내일 오겠지 뭐 이런 성격입니다. 물론 당장 급한 건 누구보다 불같이 지랄을 떨지만 급하지 않을 때야 그렇단 말이죠.
이런 쪽을 할 때 정보를 구할 데가 검색을 제외하면 뽐뿌라는 사이트의 해외구매 포럼인데, 과연 능력자들이 즐비합니다. 이런저런 쿠폰들과 판매자 쪽에서 한국은 안돼! 하면 돼! 를 외치며 구매를 해버리는 멋쟝이들...틈틈이 들어가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습죠.
아 근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올려놓은 좋은 가격의 물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사게 되더란 말입니다. 이른바 '대란'이라고 불리는 현상들이 있는데, 뭐 예를 들어 작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있었던 트리플 파이 광풍 같은게 있었죠. 뭐 물론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도 트리플 파이라는게 뭔지 몰라 멀뚱 흘려버린 볍진입니다만은...(올해는 안나온데!!!!! 씨발!!!!!!!!!!!!!) 여하튼 그런 현상이 벌어지면 왠지 안사면 손해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다못해 장바구니라도 들고 사이트에 방문하게 된다는 말입지요. 최근엔 리바이스 공식 홈페이지 갔다가 30% 할인된다는 문구를 보고 바지를 두개 구매했는데, 아뿔싸. 뭘 잘못만져서 할인가가 아닌 정가에 결제가 되어서 진땀을 흘렸던 일도 있었죠.(다행이 리바이스는 한국 카드를 안먹어서 뺀찌 먹었다능)
싸기는 참 싸요. 특히 옷 같은거. 옷은 정말 좀 사다보면 국내에서 못살 지경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얼마전에 볼컴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바지를 이베이를 통해 구매했는데, 국내에서는 싸게사야 10만원 초반대인 이 바지를 배송비 포함해서 5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구입했습니다. 아직 도착은 안했지만 여튼 그래요. 그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뭔 티쪼가리 하나에 십여만원 가까이 받아먹는 아베크롬비나 홀리스터같은 것도 세일도 자주해서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인내심만 좀 있다면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방법의 소비가 현명한 건지는 아직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류를 전부 해외에서 산다면 우리나라 의류 업계는 어떻게 살죠? 사실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드가 아니고 시장이나 중저가 국내 브랜드 들의 주 타깃층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잖아요. 좋은 옷 입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서 못사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해외구매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싸고 질이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예쁘죠!
내가 뭐라고 의류업계까지 고민해야겠습니까마는(사실 옷도 별로 없어요. 최근까지 청바지 두 개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또 아니네요. 사실 현대 영업의 모든 형식은 마약 판매상과 닮아 있어요. 세일이나 초반 저가로 사람들에게 퍼트린 후에, 가격이 올라도 살 수 밖에 없도록 하죠. 유니클로도 최근 가격이 부쩍 오르면서 저 같은 거지와는 바이바이 해버렸고... 저 같은 서민은 어쨌든 '가성비'를 최우선에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의류업계가 요런거 좀 신경 써주면 좋을텐데. 저도 늘 동대문이나 이태원가서 옷 사입고 싶진 않거든요. 그래서 하다하다 해외구매까지 하는 겁니다. 예쁘고 싸잖아요. 중저가에 매장에서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국내 브랜드가 있어야되요. 의류, 신발 같은 제품들의 세계 일류가 한국인데 우리는 왜 항상 해외 제품을 수입해서 비싼 값에 사거나, 아니면 싼 값에 주문해서 인내심을 발휘해 2-3주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이유가 뭘까요.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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