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동화 -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지껄이기

사실 그다지 볼 생각이 없었다. 연극을 보지도, 원작을 읽지도 않았고, 칙칙할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신파를 워낙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이제 생을 정리하는 시기에 접어든 노인 4명이 보여줄 로맨스라고는 죽음을 기저에 깐, 어떻게 하든 슬플 수 밖에 없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작은 부분은 맞았고, 큰 부분은 틀렸다. 이들은 죽음 생각하며 서로를 사랑한다. 그 점은 내가 맞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슬프지 않다. 오히려 한 편의 동화를 본 양, 나 같이 속이 시커먼 놈도 괜히 미소짓게 하는 영화였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나지만, 이 영화가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썼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나오는 영화로서는 촌스럽다고 느낄 만한 촬영이나, 간지럽다고 느껴질만한 시퀀스도 그대로 뒀다. 심지어 '영화적'인 느낌까지 빼려는 듯 최소한의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추창민 감독은 강풀 원작의 영화들을 분석하고 하나의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아예 손을 대지 말자는 것. 강풀 원작의 영화들은 히트한 만화를 가지고도 거의 다 망한(<순정만화>의 경우에만 조금 괜찮았다고 들었다.) 희귀한 케이스였다. 그것은 영화화에 대한 강박과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빚어낸 참사들이었다. 강풀의 만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만드는 이야기의 재미는 반이 스토리고 반이 '웹툰'이라는 형식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보게 되는 그 형식은 사실 영화와 닮아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강풀의 이야기는 영화화에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매체 이동간에 형식에 대한 수정은 거의 없어도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감독이란 그렇게 간단한 인간들이 아니어서 기어코 손을 대고 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추창민 감독은 자신을 낮추고 원작을 치켜 세우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 아주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연기와 삶을 하나로 봐도 손색이 없을 무립의 고수들은 그냥 얼굴만 나와도 존재감으로 꽉 찬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원작 살리기에 최선을 다한 감독은 하나의 전략을 더 세웠는데, 그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조, 단역들에 힘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원작이 영화화에 적합하다 하더라도 영화와 만화는 '시야'가 다르다. 그런 이유로 감독은 조, 단역 배우들을 일부러 이름있으면서 재치있는 연기에 능한 배우들로 선발했고 그 작전은 정확히 먹힌다. 오달수, 이문식, 송지효 등이 영화에 등장하는 '의외의' 이름들이다. 좋은 완급조절이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강풀 원작 영화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결과물이다. 영화는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관객들은 웃다가, 울다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될 것이다. 허황된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황당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있을 법 하지 않은 이야기로 현실의 나를 반추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지금, 젊고 아름다운 당신은 사랑하고 있습니까? 목숨걸고 사랑하는 이 노인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솔직히 난, 부끄러웠다.

덧글

  • 로니우드 2011/02/09 23:01 #

    음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이런식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좋았던, 원작이 있는 영화가 있었죠.

    올드미스다이어리.

    으와 게다가 노인 배우들의 존재감이 엄청나다는 공통점도 있을 것 같네요. 언제 한번 보러가야겠습니다. 혼자는 싫지만-_-
  • 꽁치 2011/02/11 01:40 #

    가끔은 그렇게 기쁜 우연들이 존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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