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삽파더 - 촌스러움에 대하여 영화 지껄이기

* 월간 이리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라스트 삽파더 - 촌스러움에 대하여

 

<라스트 갓파더>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하겠지만,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물론 그 중심엔 지난 100분의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수 있다는 회의가 있겠지만, 다 함께 찌질대면 누구도 찌질이가 아니라 했으니 넘어가자. 그럭저럭 250만명 정도는 본 모양이니까. 그렇다면 대략 200억원이 들어간 100분짜리 모여라 꿈동산 류의 영화를 보며 나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길거리를 걸으며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음악을 듣다가 문득 만들어 진지 30년이 더 지난 심지어 전자음악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는데 감탄하면서 <라스트 갓 파더>가 떠올랐다. 30년이 더 지난 음악보다 올해 제작된 영화가 더 촌스럽게 느껴지는 기이한 체험. 촌스러움이란 뭘까. 유명 포탈 다음에서 사정한 사전 정의를 살펴보면

 

촌스럽다 :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

 

라고 한다. 몇 가지 예문을 들자면

 

1. 복장이 촌스럽다 촌스럽다

2. 등뒤에서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왜소하고 촌스럽다. 촌스럽다

3. 행동이 촌스러워 보인다. 촌스럽다

4. 요즘 누가 촌스럽게 그런 옷을 입고 다니니? 촌스럽다

5. 처음 보는 그는 투박하고 촌스럽고 볼품이 없었다. 촌스럽다

 

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과거의 유행이 수정되지 않고 현재에 도착했을 때 촌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뉘앙스는 위의 예문 중 4,5번에 직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에서 넘어온 패션,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모두 촌스럽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글램 룩이나 모드 룩 같은 스타일들은 어떤 부류를 대표하는 무형의 패션 아이콘으로 생각된다. 앤틱 가구나, 다시 부흥의 조짐이 일고 있는 헤비메탈 같은 것들은 시대에 맞춰 자신의 몸을 추스르면서 다시 촌스러움의 마수를 벗어난다. 시대가 돌고 돌아 그것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른 것들의 시효가 끝나면서 다시 생명을 얻어 돌아오고 있는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어린이 영화 제작자로 이미지가 깊게 각인된 심형래는 그런 이미지 때문에 <용가리>, <-> 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공론들이 영화에 타격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흥행 수익을 늘려 주었지만, 감독 심형래에겐 상처뿐인 영광이었을 것이다. (그랬어야 할텐데. 부디.) 애국심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 등 지저분하다는 방법은 전부 동원하는(혹은 본의 아니게 지원 받는) 그 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강해 보인다. 어쨌든 헐리웃’, 곧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그에게 자국민의 힘을 모은 원기옥을 필요케 했으며 그것은 곧 애국심 마케팅으로 이어져 범인이라면 낯간지러워 흉내도 못 낼(박정희, 혹은 전두환 정권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아리랑 엔딩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럭저럭 팔백만 관객을 모아 수치상 대박 흥행 감독의 타이틀을 얻은 그는 이제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했다. <라스트 갓파더>는 세계 제패를 위한 야심이 아니라, 오히려 영구를 헐리웃에 보냄으로서 애국심의 역수입을 통해 쉽게 영화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과거를 정면 돌파 하여 이후 감독으로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씻김굿으로서의 작용을 염두한 심형래의 영악한 계략이다. (나는 여기에 걸려든 많은 이들이 영화의 촌스러움과 궤를 함께하며 파닥거리는 꼴을 많이 보았다. 나무관세음...)

 

그런 이유로 심형래가 <라스트 갓파더>를 미국에서 제작한 것은 필연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미국에서 이 영화를 제작해야 했던 또 하나의 노림수는 아마도 슬랩스틱에 대한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태생이 미국은 아니었지만)이라는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몸개그 영웅을 둘이나 간직하고 있는 땅이 미국이다. 보통 우리는 말로 썰을 푸는 스탠딩 개그가 미국인들의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슬랩스틱에 가지고 있는 경외감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심형래는 번지수를 잘 못 찾았다.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버스터 키튼이 몰락하고 찰리 채플린이 압승을 거둔 이유. 그것은 이야기. 버스트 키튼의 영화엔 기절초풍할 몸놀림이 있었지만, 눈물 나는 이야기는 없었다. 찰리 채플린은 이 점을 일찌감치 깨닫고 웃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 쏙 빠지는 진짜 희극을 제작했던 것이다. 심형래의 영화엔 슬랩스틱은 있지만 이야기는 없다. 그렇다면 한쪽에서는 채플린보다 존경받는 희극인으로 꼽는 버스터 키튼의 라인으로서는 어떨까. 그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심형래의 슬랩스틱은 버스터 키튼에 비하면 10살짜리가 코미디 클럽에서 재주 넘는 꼴이다. 미국에서 버스터 키튼 유산은 재키 찬(성룡)이 물려 받았다. 영구 없다! 라는 말도 누가 찾아주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 <라스트 갓파더>는 미국에서 영구 없다! 라는 말 조차 할 기회가 없을거다.

 

그렇다면 오히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촌스러움, 즉 한국형 슬랩스틱과 영구 캐릭터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통할 수 있을까? 그것도 전망은 어둡다. 일단 한국 관객들의 코미디를 보는 눈들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Global 虎口(호구)’라 불리는, 즉 범의 입 마냥 입을 벌릴 때마다 큰 일이 일어나기로 유명하신 虎口(호구) 리명박대통령께서 집권하신 후 대한민국 시민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코미디를 매일매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普瘟(보온 : 널리 미치다 자에 염병할 자를 써 널리 염병한다는 뜻) 안상수’, 그리고 특이하게 일본어 호를 쓰는 てんかん(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땡깡) 오세훈등등 어떤 말을 해도 빵빵터지는, 너무 터져 나중엔 보는 사람들이 기어코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하게 만들고 마는 코미디의 달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추억을 배려해 7-80년대 정치 상황을 그대로 패러디 한다. 이 모자란 사람들은 예전에 사람들이 웃었으니까 지금도 웃길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좀 세련된 개그를 해보자고 했던 김대중, 노무현같은 사람들을 싹 무시하고 그 이전으로 회귀했다. 복고주의와 패러디 정신,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던 아이디어들이 맞물려 관객들을 울고 웃기는 이들 패밀리를 우리는 삽질 패밀리라고 부르고 그들의 수장인 虎口 이명박삽파더라 부른다. 그러니까 영구는 1951년 미국 뉴욕으로 갈게 아니라 오히려 2020년으로 가서 원더키디랑 친구를 먹든지 하는게 더욱 먹히는 선택이었을 거다. 대한민국 관객들, 회귀한 과거에 질려버린지 좀 됐다니까. 이렇게 정세파악이 안 된다.

 

<라스트 갓파더>는 삽파더가 하는 희극에 비하면 감히 웃기지도 않는다. 그는 입으로 웃기고 몸으로 웃긴다. 먹으면서 웃기고 콤비로 웃기기도 한다. 어느 땐 관객(시민)들의 눈물까지 쏙 빼놓기도 하니 외형상 최고의 희극인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라스트 갓파더>는 삽파더가 있는 한 한국에서의 큰 흥행도 바랄 수 없다. 심형래 감독이 영화 자체의 질이 아닌 애국심추억에 호소하는 영화를 만들 듯, ‘삽파더리명박 역시 노상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예를 들어 G20 450조 효과)나 근거보다 반론이 더 설득력있는 ‘4대강 효과등에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 둘의 흥행 전략은 이런 부분에서 비슷하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비루하고 초라하더라도 그것이 불러올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약속들. 이 둘이 가장 촌스러운 부분은 바로 이런 점이다. 장사치에겐 물건이 좋아야 하고, 지식인에겐 올바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에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좋은 영화가 있어야 하며 정치인에겐 평화로운 조국이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허공에 아무리 삽질해봐야 남는 건 근육통 뿐이다. 갓파더고 삽파더고 이들이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제발 라스트로 남아주기를.

 

 


덧글

  • 칼슈레이 2011/02/27 13:48 #

    이제 피시워의 재림이....
  • 꽁치 2011/02/27 22:23 #

    안나왔으면 좋겠음...
  • 휄라님 2011/03/01 22:15 # 삭제

    근데, 라스트갓파더에서 영구 캐릭터가 찰리채플린을 따라가고 싶었던게 보이는 건
    심형래가 그걸 느꼈기 때문에 쓸만한 스토리로 승부하고 싶었으나 실패한걸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그저 몸개그로 웃기고 싶었는데 문득 떠오르는걸 차용했다고 봐야 할까?

    그냥. 전자라고 믿고 싶다.
    그게 더 그럴싸 하니까.
  • 꽁치 2011/03/02 10:35 #

    둘 다 지 뭐. 라스트 씬 같은 경우는 채플린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 시나리오 단계부터 염두해 두었다고 봐야할 것이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것들은 그냥 막 들어간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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