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브> - 코언형제의 '웃으면 복이와요' 영화 지껄이기

아카데미고 뭐고 간에, 코언 형제의 작품이라면 일단 봐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전작 <시리어스 맨>이 좀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면 <더 브레이브(원제 : True Grit)>는 작정하고 웃기려고 한 작품이다. 알려져 있듯이 원작은 소설이고, 69년에 제작된 영화의 리메이크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뭐라고 할 수 없으니 비교는 패스. 그건 다른 님들이 해주시겠지... 난 바빠(게을러)서...

한 사내가 톰 채니라 불리는 불한당에게 살해 당한다.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러 온 당찬 소녀 매티는 그 악당을 잡아 눈 앞에서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이를 간다. 그를 위해 마을 상인과 상대해 돈을 얻어내고 그 돈으로 잔혹하기로 유명한 보안관 카그번을 고용하게 된다. 하지만 카그번은 그녀를 그저 어린애로만 취급한다. 거기에 톰 채니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쫓아 텍사스로부터 먼길을 달려온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는 다른 목적과 성격으로 인해 매티와 카그번을 본의 아니게 방해한다. 젊은 시절 유능한 보안관이었으나 이젠 술주정뱅이에 불과한 카그번, 보수적이고 유드리 없는 성격으로 무장한 라뷔프, 그리고 14살에 복수를 다짐한 매티. 이 묘한 조합의 악당 사냥꾼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코언 형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는 정통 서부극이라기 보다는 10대 소녀의 성장극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영화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황야의 비정함이나 서글픈 사연들이 아니다. 오히려 기세고 당차지만 아직 현실을 잘 모르는 매티가 허술하지만 진정한 용기를 가진 두 사람의 보안관을 통해서 교훈을 얻게 된다는, 다소 계몽적인 내용이다.

영화의 주안점은 이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안점으로 삼는 것은 역시 코언 형제가 이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영화는 엄청 웃긴다! 말장난이 좀 있고 몸개그도 있지만 특히나 발군인 것은 리듬을 통한 유머들이다. 조금씩 다른 시간 배분으로 등장하는 카그번의 썩은 표정, 뜬금없이 등장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늘어놓는(그걸 또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곰 가죽을 뒤집어 쓴 수의사 등등 영화는 가끔 종잡을 수 없이 튀는데 그게 그렇게 웃기다. 물론 이건 코언 형제이기 때문에 유효한거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의 톤과 리듬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상상하는 개그를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한다. 어떤 감독이 이런 개그를 이렇게 능청스럽게 성공 시킬 수 있을까? 글쎄. 몬티 파이쏜 정도 밖에 떠오르질 않네. 개인적으로는 카그번이 인디언 꼬마들을 두 번 걷어차는 장면에서 빵 터져서 한 5분간을 꺽꺽거려 주변 관객들에게 굉장히 미안했었다.

따스한 이야기다. 매티는 그들의 도움 속에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다. 그녀는 한쪽 팔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아깝지 않을 가르침과 추억을 만들었다. <더 브레이브>는 진지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영화다. 그러나 깔깔 웃는 사이에 어느새 따스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보기드문 수작이다.

P.S : 왕년에 <이블 데드> 조감독 하던 사람들 아니랠까봐 중간에 등장하는 카그번의 살인씬은 꽤나 살벌하다. 샘 레이미도 그렇고 코언 형제도 그렇고 이런 장면을 찍을 땐 진짜 제대로 각잡아 주시더라. 그래. 리듬이란건, 이렇게 살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