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종사>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 영화 지껄이기

왕가위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아마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그의 신작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피 투게더>였던 것 같다. 그의 영화를 다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 좋아하는 것이 더 적다. 딱 세편이다. <아비정전> , <춘광사설>, <화양연화> 가 그렇다. <열혈남아>도 좋지만 어떤 시기가 되면 다시 보게 되는 영화는 저 세편인 것이다. <2046>은 왕가위가 되게 힘들구나 하는것을 알 수 있던 영화였고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뭘 해야할지 모르는데 걍 만들긴 했구나 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일대종사>는 홍보에 따르면 9년만의 신작이라고 한다. 대충 그런것 같다. 중간중간 중편 같은 걸 만든 것 같긴 하지만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 9년 중 대부분은 배우들의 무술 연습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 영화가 후지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난 이 영화가 무척 마음에 든다. 

몇 년 전부터 중국, 홍콩 영화에서 '엽문'을 다루는게 일종의 유행처럼 지나갔다. 견자단이 나온 엽문도 있었고 이후 시리즈도 주욱 나왔다. 엽문은 별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견자단이 무술 잘하는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엽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수 없는... 걍 애국심 호소성 권격물이었던 것이다. 그럼 <일대종사>는 좀 다른가?

결론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은 느낌이다. <일대종사>는 엽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그렇게 크게 관심은 없다. <일대종사>가 기존에 만들어졌던 <엽문>과 이야기상으로 다른 점이라면 궁이의 이야기가 첨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엽문이라는 사람을 비추는 결정적인 어떤 내러티브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사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엽문인거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단 6분 출연했다는 엽문의 아내 '장영성'(송혜교)과 궁이(장쯔이)가 더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니까 <일대종사>는 엽문에 대한 이야기는 맞지만, 그 안에서 왕가위가 자신이 할 수 있는것, 잘하는 것을 발췌해 만들어낸 어떤 한 페이지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공허하다는 점에서 비판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별게 없다. 인연의 허탈함, 인생의 잔인함.. 그의 영화가 지금까지 해왔던 (춘광사설을 통해 어느정도 맺음을 가졌던) 이야기의 반복이라고도 보인다.

하지만, 영화팬으로서 이 영화를 그저 흘려버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굉장히 아름답다. 그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영화보다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정도다. 무술 장면은 역동적이지만 선명하고 인물들은 뿌옇지만 아련하다. 그의 장기를 최대치로 끌어냈다는 느낌이고 그것들이 잘 어우려져 어떤 인연이나 결투에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를 벗어나 이미지로만 어떤 삶을 껴안고 있는 듯한 감상을 전한다. 마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의 아련한 추억.. 그럼에도 희망은 있었다고 말하듯 꾸며진 이미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

나느 <일대종사>가 그의 최고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어쩌면, 그의 최고작은 이미 찍혀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 그것은 <춘광사설>이다) 그러나 <일대종사>는 그가 앞으로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씨네아스트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그는 곧 '거장'이라는 이름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장인이라는 이름은 충분히 어울리되, '거장'이라는 이름은 아직이라는 느낌이다. 마치 기타노 다케시가 그렇듯이)

덧글

  • 책고기 2013/08/27 19:34 #

    정말 이미지가 강렬한 영화였죠. 다른 왕가위 작품도 그랬던 것 같기도 싶고... 여튼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