랏슈 - 1989, 이봉원 영화 지껄이기

1989년 이봉원 감독(개그맨 아니다)이 연출한 영화다. 영화 현장을 꾸며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을 가졌다. 외국에도 이런 설정이 있나...(있겠지.) 하여간 못 본 듯 하다. 송승환이 아주 앳된 모습으로 나오고, 지금은 잘 안보이지만 역시 나이드시고 중후한 이미지가 되신 최영준씨가 까불이 캐릭터로 나와 영화의 반을 여장을 하고 다니신다.

영화판 연출부로 10년이상 굴러먹었지만 감독 입봉 기회도 없고 신세한탄만 하던 택호(송승환)과 영준(최영준). 영화인 선배들에게 욕을 먹고 여관방에 앉아 깡소주를 까며 찌질거리던 어느 날, 택호는 영준에게 인생을 바꿔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다. 의기투합한 둘은 가짜 영화사를 차리고, 스태프와 배우를 꾸려 영화 촬영을 시작하는데 <서울 루팡>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사실 참여한 인원들을 촬영이라고 속이고 진짜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계획이었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가 했는데 탈취후 묻어놓은 돈이 사라진다. 일의 진상을 파고드는 둘은 이 일에 이용당했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라는 내용이다. 초반 30분은 무척 재미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옛 영화의 우스꽝스러움이 없지는 않지만 연출자체가 꽤 세련된 편이라 시시덕 거리지는 않게된다. 오히려 빠른 진행과 적당한 속도로 오오 괜찮은데? 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좋지도 않은게, 영화의 1/3이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부분이고 나머지 2/3이 그 돈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 대한 연출이 좀 그렇다. 사실 택호는 이 계획을 스스로 짠 것이 아니라 단골 술집 마담이 던져준 시나리오를 받아서 진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진짜 범인이 누군지 찾아가서 찾기는 찾는데... 뭔가 탐정스러운 그런... 쾌감이 있는게 아니라 신세한탄, 찌질거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뭔가 계속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기는 하는데 그게... 그렇다. 영화 내내 계속되는 영준의 여장도 이런 안타까움에 한 몫하고 있다...










어쨌든 범인은 그들이 원래 몸담고 있었던 영화사의 사장 황사장(박용식)이 술집 단골 마담 혜련과 짜고 벌인 일이었다는... 그다지 설득력 없는 그런 이야기지만 그런가보다 한다. 박용식씨는 전두환 새끼랑 닮았다고 나름대로 핍박도 받고 그랬던 사람인데 나중엔 전두환하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랬나보다.



하여간 이 양반이 내내 가발을 쓰고 나오다가 마지막에서야 가발을 벗는데 거 참 머리가 있고 없고가 정말 사람이 달라보인다는 것을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점하나 찍는 정도랑은 차원이 다를정도. 몇 해전 돌아가셨다. 여기저기 출연을 많이 하셔서 뭐랄까... 그냥 거기 있는게 익숙하신 분인데 앞으로는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괜히 좀 안타깝고 그렇다. 명복을 빕니다...

이 영화를 보게된 건 학교 선배가 옛날 선배들이 '이런 영화 아냐'뭐 무슨 무용담처럼 <랏슈> 이야기를 했다는 소릴 듣고 영상자료원에 가서 본 것. 재미있게 봤다. 만족감보다는 아쉬운감이 많은 영화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독특한 소재도 그렇고, 억울한 주인공이 체포되고 범인이 무사히 도주한다는 결말도 당시 영화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인 것 같아서 허허허 하고 웃게 만드는 면이 있다. 시간 나는 분들은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송승환과 최영준의 찌질거리는 모습이 나름 귀엽다.





덧글

  • 얄라 2013/12/12 18:32 # 삭제

    제 영화를 과분하게 잘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꽤 아쉬웠던 작품입니다.
    6공 때 이 영화를 만들었다가 수난을 많이 받았지요.
    고맙습니다.

    감독 이봉원
  • 꽁치 2013/12/12 22:07 #

    헛!! 감독님께서 직접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ㅠㅠ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정말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라 아쉬운 마음에 쓴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영화 만들기 정말 힘든 시절이었죠 ㅠㅠ 인트로 시퀀스(여성 마네킹이 건물에서 추락하는!)를 포함한 초반 1/3은 정말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를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내일은 뭐 할거니?>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건강하세요^^
  • 뚜기 2015/02/16 00:05 # 삭제

    안녕하세요.
    영화 다시 보기 볼수 있나요?
    제가 고 3때 이태원 해밀턴 호텔에서 오디션 보는 역할로 액스트라 출연한적 있었습니다.
    2~3년 후쯤 TV에서 방영할때 제가 나오는걸 잠깐 봤었네요.
    우리 애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꽁치 2015/02/16 14:15 #

    안녕하세요. 제게 자료가 있지는 않구요 상암동에 위치한 영상자료원 도서관에서 관람했습니다. 언제 가족분과 함께 방문하셔서 같이 보셔도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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