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실 박철민을 별로 안좋아한다. 그의 연기톤이 나랑은 맞지 않는다. 김규리도 별로다. 얘는 뭘 해도 안어울린다. 김태윤 감독? 이 양반 전작이 김수로 주연의 <잔혹한 출근>이다. 말 다했다.
그럼에도, 우리 동네에서 꽤 떨어져있는 극장까지 여자친구를 태우고 가서 기어코 보고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걸 영화팬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보아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보고, 추천하는 의무 말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왜? 영화는, (히치콕의 말대로)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인생을 모방하는지 인생이 영화를 모방하는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세상에서 '알아야 하는' 이야기는 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약속>은 알리고 싶은 이야기다. 뭐 이걸 보고 삼성을 증오하자거나, 불매하자거나, 피해자 가족들을 동정하라거나. 하여간 무엇도 더 붙이고 싶지 않다. 그냥, 많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비극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결코 쉬운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물론, 완성도는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영화적 완성도는 따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화는 뜨겁거나 차가운 영화가 아니다. 가능하면, 최대한 따듯한 자세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배우들과, 스탭들과, 관객들에게 되도록 따듯하게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그래도 서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증오에 묻혀 있지 않는다. <또 하나의 약속>이 가지는 미덕이라면, 영화 속 도영이 증언대에 서서 진성 반도체의 실체를 증언하는 장면의 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우리회사가 진짜 잘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삼성은 나쁜 회사다. 솔직히 삼성 제품 되도록 안쓴다. 여러모로 개좆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삼성이 달라진다면 충분히 그들의 물건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 이런 피해들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하고,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막지 않고, 자기들의 사업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사과 할 줄 아는 회사가 된다면, 기꺼이 그들의 제품으로 내 방 안을 채울 생각이 있다. 물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존나 짜증나게 그나마 확보한 스크린이 줄어들고 있는데, 끌끌 혀만 차고 있지말고 안 본 사람들 가서 좀 봐주길 바란다. 발품없이 달라지는 건 없다. 두번 보지도 말고 표 끊어서 남 줄 필요도 없다. 그냥, 안 보신 분만 가서 봐 주시라.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태그 : 또하나의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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