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베어 1집 「눈물과 좆물」- 우리가 왔다!!! 이 개새끼들아!!! 좋은 음악들

2년 전 쯤, 트위터에는 처음 들어보는 밴드의 이름이 종종 거론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장르를 ‘588 펑크’라고 규정하며 히히덕거렸다. 공연 외 활동은 오로지 트위터로만 하던 이 밴드는 80%의 개드립과 18퍼센트의 섹드립 그리고 2퍼센트의 밴드 홍보를 유지하며, 멤버도 트위터로 뽑고 공연 안내도 트위터로 했다.(대부분 몇 월 며칠 공연한다. 알아서 찾아와라. 라는 식) 심지어 이들과 술자리를 가져본 결과, 모여서도 트위터를 한다. 공연을 해도, 잘하고 못하고는 전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트위터에서 그러하듯, 오롯이 스스로 재미있었느냐 아니었느냐, 그 뿐이었다. 그들이 남긴 많은 드립들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드럼/보컬의 권석현이 말버릇처럼 던지는 ‘사람은 총이 있어야 돼 총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 사람은 총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김의석 감독 박중훈 주연의 <총잡이>라는 영화에서 우연찮게 총을 주은 남자가 자신감도 상승하고 고추도 잘 서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총’은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방어기재다. 씨발년들, 개새끼들, 좆같은 썅놈들에게 한 방 먹일 그 무엇.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이언트 베어가 내놓은 1집의 타이틀은 ‘사람은 총이 있어야 돼, 총!’ 이 아니라, ‘눈물과 좆물’이다.

‘눈물’과 ‘좆물’의 공통점이라면 ‘물’이라는 것 외에, 강제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그맨 유상무처럼 지 마음대로 눈물을 질질짜대는 사람도 있긴 하다. 세상 어딘가에는 좆물계의 유상무가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의학상식으로 눈물과 좆물을 강제하기란 힘든 일이다. 특정 자극에 의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신체에서 배출되는 두 가지 종류의 액체를 이 앨범의 타이틀로 삼았다. 의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꽤 의미심장한 선택이다.

‘Born’으로 시작되어 ‘Here we come’으로 끝나는 이 앨범의 가사는 대개 못 알아듣겠고 알아들어도 별 의미는 없지만, 그 중에 몇 가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을 적어보자면, “야이 씨발년 좆같은 년아 내 돈이 좆같이 보이냐”, “회사가기 존나 싫다 너희들이 날 먹여 살려라!”, “한 번만 하면 끝이냐 한 번만 싸면 끝이냐”, “이 개새끼들아 우리가 왔다! 우리는 자이언트 베어다!!” 이런 것들이다. 그나마 가사가 제일 잘 들리는 앨범의 타이틀곡 ‘아빠가 날 자꾸 씨발년으로 만들었지’의 가사는 “아빠가 날 자꾸 씨발년으로 만들었지 좆같애 좆같애 좆지랄 원 투 쓰리 포!” 이게 전부다. 전곡이 모두 원테이크로 녹음된 연주는 또 어떠한가. 실수는 애교요, 박자도 조금씩 나가고 있고 씹히는 부분도 한 두 부분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성의 없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러라고 하겠다. 또한 홍대에 또 병신들이 하나 나왔다고 말한다면 난 크게 웃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께 음악을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엊그제 밴드를 결성하고 어제 녹음을 한 뒤 오늘 앨범을 내놓은 그런 밴드가 아니다. 각자 수년간 여러 밴드를 거쳐 왔고, 나름대로 십년 가까이 홍대 인디씬을 오고, 가며 지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내놓은 이 모양새가 나로선 썩 유쾌하다. 오히려 이 점에서, 이 앨범 타이틀인 왜 <눈물과 좆물>이 되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왜 눈물과 좆물이 나오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악기를 만져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삑사리가 나도 상관없고 박자가 씹혀도 상관없는 연주는 눈물이요, 욕이 절반인 가사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좆물이다. 이들은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펑크라고 말한다면, 너무 작위적인가? 상관없다. 판단은 이 앨범을 들은 후 당신이 내릴 몫이니까. 동의하든 말든. 맘대로 하시고.

음악적인 면에서는 올드 스쿨 펑크의 전형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멜로디가 좀 더 강조된다는 면에서 이들이 존경하는 ramones처럼 그 곡이 그 곡 같지는 않다. 듣는 맛이 꽤 좋다는 말이다. 특히 ‘go! ramones’, ‘joey’, ‘rock and ball’, ‘idiot’, ‘아빠가 날 자꾸 씨발년으로 만들었지’, ‘here we come’ 같은 트랙은 자이언트 베어만의 이상한 파워와 생각보다 괜찮은 멜로디 라인이 잘 살아있는 추천 트랙이다. 개인적으로는 9번트랙 ‘GINNAN BEARS’가 가장 좋다.('밤 새 흘렸던 눈물, 마르지 않는 좆물' 이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어쩐지 아련하면서도 슬프다.)

자이언트 베어의 1집 <눈물과 좆물>은 타이틀부터 ‘듣기 싫으면 말어’라며 선을 그어버린다. 당신이 그들의 이런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서, 아니면 무시할 수 있어서 1번트랙 ‘born’을 틀게 된다면, 마지막 트랙인 ‘here we come’까지 듣게 될 것이라 단언한다. 길게 씨부렸지만, 다른 거 다 떠나서, 신나기 때문이다. 14곡에 31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앨범을 정주행하고 나면 몇 마디의 욕 밖에 남는 것은 없겠지만, 뭐. 원래 눈물과 좆물이 남기는 건 별로 없지 않던가. 딱 그것이 이루어지는 시간 동안 즐기면 그것으로 좋다.

p.s : 좀 더 디테일한 리뷰는 피코테라님의 리뷰 ‘콘돔은 야만이다. 우리가 싼다’ 를 참조하면 좋다.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450413248558442&id=100007693425435&refid=17